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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노동 문학으로 골목을 잇다 - 시민이 만든 지붕 없는 박물관

인천 동구의 사라져가는 골목에 문학의 시선을 겹치는 시민 참여 프로젝트가 상반기를 마무리했다. 사단법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2026년 4월부터 10월까지 현덕의 '남생이'에서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까지 다섯 편의 문학을 따라 시민이 직접 걸으며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다. 5월부터 9월까지 다섯 차례 기행이 완료되었고, 10월 마지막 탐방과 제물포 문학의 밤으로 막을 내린다.

정평정의로운평화 에디터·2026.09.22.

먼저 읽는 세 줄

  1. 1. 2026년 4월부터 10월까지 인천 동구에서 진행된 시민 참여형 노동 문학 기행 5회 완료, 10월 마지막 기행 예정
  2. 2. 현덕·강경애·양진채·조세희·김중미 작가의 문학 속 공간을 직접 걷고 스마트폰으로 기록하는 디지털 골목 아카이빙
  3. 3. 급격한 재개발로 사라지는 노동 역사 공간에 시민의 문장으로 다시 연결하려는 지붕 없는 박물구상
시민✕ 노동역사문학기행 | 인천산선
이미지: inuim.pe.kr

5월부터 9월까지, 문학 속 골목을 걷다

5월 16일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현덕의 소설 '남생이' 배경지 탐방이 시작됐다. 1930년대 인천 하층민의 삶을 그린 이 소설 속 장소들을 걸으며,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아카이브에 자신의 기록을 남겼다.

6월 20일에는 강경애의 '인간문제'가 그린 동양방적 현장인 화수동 골목을 답사했다. 90년 전 노동자들이 고단한 하루를 살아냈던 길을 천천히 걷는 시간은, 문학이 기억하는 노동의 무게를 몸으로 체감하는 시간이 됐다.

7월 11일 답동성당에서 출발한 양진채의 '언제라도 안아줄게' 길은 1978년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 투쟁의 현장을 따라갔다. 작가와 함께한 이번 기행은 문학적 상상력을 실제 공간에 연결하는 특별한 만남이었다.

8월 15일 부평 깡시장 고객쉼터 '아모로'에서는 상반기 3개월간의 성과를 돌아보는 워크숍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기억을 나누며, 인천의 노동·문화·역사를 어떻게 기록할지 아이디어를 모았다.

왜 중요한가, 노동 역사 공간의 위기

인천 동구는 일제강점기 방직공장부터 1970년대 민주노조 운동의 요람까지 한국 노동사의 굴곡을 품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재개발로 이 공간들이 사라져가고 있으며, 문학이 남긴 기록마저 지워질 위기에 처해 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속 '은강'은 인천이었지만, 소설 속 지명은 이미 사라졌다. 영수가 다니던 자동차 공장, 영희가 다니던 방직 공장의 자리는 지금도 인천에 남아 있지만, 그 역사성을 알고 지나가는 사람이 드물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공간에 시민의 시선을 포개어 기록하는 행위다. 문학을 통한 노동 역사 재발견은 현대 사회가 노동자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이 된다.

누구에게 영향을 주는가

문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지역 주민, 활동가, 일반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다른 삶의 자리를 나누며, '인천시민'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기억을 만들어간다.

9월 기행에는 이진오 목사와 세나무교회 신자들, 그리고 옛 인천산선에서 4년간 근무했던 노동운동가 하종강 선생님과 부인도 함께했다. 생생한 현장 경험이 문학적 기록에 무게를 더하는 순간이었다.

강경애의 '선비'처럼, 양진채가 그린 여성 노동자들처럼, 조세희의 '난장이'처럼, 소설 속 인물의 고단한 하루를 현대 시민이 다시 걷는 것은 공감의 교육이기도 하다. 이들은 과거의 노동자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와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제도와 현장의 대응

사단법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주최하고 인천광역시·인천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이 사업은 시민 주도형 문화 생태계를 목표로 한다. 기획단 문의는 하성웅 사무처장이 맡고 있으며, 지역의 문화 자산을 시민이 직접 발굴하고 재해석하는 체계를 만든다.

QR 코드를 통한 디지털 아카이빙은 현장에서 느끼는 점, 사진,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이 기록들이 모여 차후 기행록의 자료가 된다. 10월 제물포 문학의 밤에서는 입체 낭독극과 토크 콘서트를 통해 노동의 가치를 확산할 계획이다.

8월 워크숍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남은 두 번의 탐방과 10월 행사를 시민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장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으로 이어졌다. 참여형 기록이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지속적인 문화 활동으로 연결되는 사례다.

남은 문제와 한계

5월부터 9월까지 5회 기행이 완료되었지만, 250장의 현장 사진과 50건의 아카이브 게시물이 모인 것만으로는 사라지는 모든 공간을 담아내기 어렵다. 김중미 작가가 안내하는 10월 만석동 괭이부리말 길이 마지막이지만, 기록되지 못한 골목은 여전히 많다.

인터넷 댓글 중에는 '수고하셨다'는 감사와 함께 '무차별적으로 지워지는 아파트'를 보는 불안감이 드러났다. 기록은 남아도 물리적 공간이 사라지면 기억의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프로그램이 시민의 적극적 참여에 의존하다 보니,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의 기억은 누락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아카이브가 공개되더라도 접근성과 지속적인 운영이 다음 과제로 남아 있다.

독자가 기억할 관점

골목을 걷는 것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곳의 역사에 다시 눈을 돌리는 행위다. 사라져가는 공간을 시민의 문장으로 다시 잇는다는 것은, 누구의 기억도 없이 도시가 변하지 않도록 하는 작은 저항이다.

인천 도시산업선교회의 이번 프로젝트는 '시민 주도형 문화 생태계'라는 이름 아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지역 문화 자산의 주체가 되는 실험을 보여준다. 이것은 인천 동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급격한 도시 개발이 진행되는 곳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과제다.

10월 10일 만석동 우체국에서 시작하는 마지막 기행에 참여하지 않아도, QR 코드로 연결된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자신이 사는 동네의 잊혀진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사라지기 전에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이것이 시민이 던져야 할 질문이다.

이 기사에 나온 용어

골목아키비스트

사라져가는 골목의 기억을 시민이 직접 디지털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

시민 주도형 문화 생태계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지역 문화 자산을 발굴하고 해석하는 주체가 되는 체계

문학 기행

소설 속 장소를 직접 걸으며 문학과 역사를 체험하는 인문학적 탐방 방식

이 기사의 참고자료

이 기사는 위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정의로운평화가 새로 기획·작성한 해설 기사입니다.